경쟁력 있는 AI 엔지니어가 되는 방법 (Feat. 폴리매스형 인간)
OpenAI가 ChatGPT를 선보인 이후로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예를 들면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도 AI를 이용하여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RAG를 활용하여 원하는 대답을 하는 챗봇을 만들거나 하는 등 AI 기술 접근가능성 역치가 엄청나게 낮아졌다. 이렇게 AI 기술 접근이 쉬워질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나는 web UI 하나로만 AI 모델을 돌려 볼 수 있는 hugging face와 각종 검색엔진에 플러그인으로 추가할 수 있는 OpenAI ChatGPT가 가장 많은 기여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예전에 ResNet이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혹은 YOLO가 등장했을 당시, 논문에서 참고문헌을 보면 레퍼런스가 죄다 근 2-3년 안에 나온 논문들이 달아져있고, 6개월 마다 대단한 기술들이 하나씩 나왔었다. 그때도 대단하다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하루 이틀 정도 간격으로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Sora와 같은 큼지막한 기술들은 1개월 단위마다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AI 기술 발전속도가 빠른 상태에서 많은 AI 관련 엔지니어들은 앞으로의 커리어를 어떻게 설정해야하는지, 어떤 것을 먼저 해야할지 등 큰 혼란이 왔을 것이다. 나의 상황에서만 대입해봐도 학부생 시절에는 필요한 라이브러리를 직접 Python, C++언어로 직접 짜서 사용했고, 취업하고 나서는 다른 사람들이 잘해놓은걸 잘 가져다 쓰고, 필요에 따라 모델을 수정하거나 나의 상황에 맞게 변경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 ChatGPT가 세상에 나온 이후에는 AI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AI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전에 AI 엔지니분들께서 가장 많이 질문 주셨던 고민 중 하나는 'AI 기술 발전이 빨라서 쏟아져 나오는 논문을 따라가기 힘들다. 다들 그러고 계신건지, 뒤쳐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궁금하다' 였다. 그때 당시 나의 대답은 최신 기술을 쫓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건 본인 일에 필요한 기술을 깊게 파는게 더 경쟁력 있을거라고 대답했던 기억이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완전 바뀌었다.
한 시대의 가장 값비싼 재능은 다음 시대의 가장 값싼 기술로 대체된다는 말이 있다. AI를 모르는 사람도 AI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왔는데, 앞으로 커리어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직무 전환을 해야하나?
창업을 해야하나?
진짜 개발자의 마지막 루트라는 치킨집을 개업해야하나? ㅋㅋ ㅠㅠ
근 몇달 동안은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대답을 찾으려고 여가시간에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하고, AI 행사도 많이 참여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던 것 같다. 그 때 마다 돌아왔던 대답은 '지금처럼만 하면 되는데 왜그래', '요즘 핫한거 일단 공부하면 되겠지' 등 러프한 대답만 돌아왔던 것 같다.
그러던 와중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님이 해주시는 말로부터 혜안을 찾게 되었다. 가장 놀랐던 점 중 하나는 택시기사님은 짱짱한 50대로 보이셨는데 알고보니 70대 기사님이였다. (심지어 운전도 능숙하심) 본인 친구들은 전부 퇴직하고, 평일 주말 할거 없이 등산을 다니는데도, 노화가 보이는데 본인은 지금 이 나이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일도 오래 할 수 있고, 덜 늙은거 같다고 너스레를 떠셨다.
나 : (70대이신데도, 경쟁력 있으신) 비결이 뭔가요?
택시기사님 : 나는 12가지 일을 할 줄 알아. 종류도 다양하지, 택시, 횟집 운영, 크레인 기사, 요양보호사 등등 자격증이 12개가 있어. 그래서 이거(택시)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마음에 안들면 때려치고 다른거 또 하면 돼. 근데 그 중 택시 일이 가장 좋아. 손님이랑 이렇게 떠들고, 저녁시간되면 기사식당에 기사들끼리 모여서 재밌게 밥먹고, 얼마나 적성에 잘 맞는지 몰라.
그래서 여기서 얻은 혜안을 가지고 나의 상황에 맞게 생각해봤다.
1. 꾸준함.
어떤 일을 하든 꾸준히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경쟁력의 베이스는 꾸준함이다.
2. 할 수 있는 일을 N개로 만들어 폴리매스(Polymath)형 인간이 되자.
본인이 생각했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몇 가지인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 더 다양하게 만들어보자. 살면서 12개의 직함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AI 엔지니어로서 경쟁력 있게 살아남으려면 컴퓨터 비전 전공자는 NLP 엔지니어가 되어보거나, 반대로 NLP 엔지니어는 컴퓨터 비전 엔지니어가 되어보거나, Spatial AI, 멀티모달 AI 개발자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서 역량을 쌓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만들자. 당장 어떤 것 부터 해야할지 모른다면, 빅테크 기업들이나 스타트업 채용 공고에 적혀 있는 Job Description을 찾아보면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T자형 인재를 추구했다면, 요즘은 T자형 인재인 상태에서 빈 공간을 채우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T자형 인간에서 점차 ㅠ자형 인간이 된 다음, 점차 폴리매스형 인간이 되어보는 것이다. 폴리매스(Polymath)란 3개 이상의 서로 다른 영역에서 전문가가 된다는 의미로, 다양한 분야에서 박학다식한 사람을 의미한다. 요즘은 이런 폴리매스형 인재를 기업에서 필요로 하며,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추천하고 싶은 방향성이다. 아마 주변을 살펴보면 폴리매스형 인간들이 몇몇 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을 롤모델로 삼아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 다음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이건 ㅠ자형 인재, 폴리매스형 인재가 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항목 같다. AI 기술을 다루다보면 다음에는 어떤걸 해야할지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기술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빠르게 다음에 나올 기술이 무엇인지, 그 기술을 다루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알 수 있게 되고 미리 그 기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준비를 하자. 이 항목은 어쩌면 주니어에게는 다소 어려운 항목 일 수 있겠다.
우선 주니어는 이전에 추구했던 인재형 T자형이 아닌 ㅠ자형 인재만 되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시니어는 이미 T자형 인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폴리매스형 인재가 되는 노력에 더불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까지 두루 갖추면 좋을 것 같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커리어에 관한 생각이라는 카테고리를 2023년 1월에 처음 개설하고 작성하는 6번째 글이며, 경쟁력 있는 AI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방법들을 나름의 생각대로 정리해보았다. 주관적인 생각이 담겨있는 글이기 때문에 남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다른 좋은 방법이나 추가 의견이 있을 경우 댓글이나 이메일로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AI 관련 엔지니어분들 모두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