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과 목표를 적는 이유
2024년에는 변화가 많은 한 해 였다. 우선 개인적인 일로 마음 속 여유가 없는 한 해 였는데도 불구하고, 무탈하게 한 해를 보낸 것에 감사하다. 나는 매년 12월 31일이나 1월 1일이 되면 전년도에 작성해놓은 목표를 하나씩 보면서 얼마나 달성했는지, 초과 달성한 부분은 무엇인지, 부족했던 부분은 무엇인지 원인과 아쉬운 점들을 나열해보곤 한다. 이 루틴이 지켜진지도 어느새 10년째다.
바야흐로 대학교 4학년 때 였던 2016년에 어떤 교양 수업에서 1년 or 5년 동안 하고 싶은 20가지를 적어보라고 해서 그 때 부터 적기 시작했다. 그 당시 교양 수업에서는 목표는 손수 종이에 적으며 되뇌이면 진짜로 이루어진다는 말씀과 함께, 목표를 적은 종이를 사진으로 저장해두라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나 감사하다. 그래서 난 아직도 이 교수님의 성함을 기억한다. 교양 수업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데 교수님 성함은 기억이 날 정도. 아무튼 2016년에 적었던 목표들을 5년 뒤에 보니 대부분 다 이루어져있었다. (2021년 까지 CVPR 학회 참가 / 혼자서 홍콩 여행 / 칭다오에서 양꼬치 먹기 / 유럽 여행은 못했지만, ICCV 학회 참가 / 혼자서 삿포로 여행 / 이가네꼬치에서 양꼬치 먹기 등 충분히 비슷하게 이뤘었다.)
심리학적으로 목표를 종이에 적으면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인 생각이 구체적으로 변한다. 심지어 목표를 기록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성취 가능성이 42% 더 높다고 한다. 실제로 이 루틴 대로 10년을 살아보니, 실제로 목표를 달성해내는 근육이 길러졌다. 이렇게 1년, 5년, 10년 목표를 적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매년 소원 비는 것 마냥 그 해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적는다. 어김 없이 이번년도에도 목표를 적었다. 사실 목표 적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표를 주기적으로 들여다보고 체크하는 일도 중요하고, 한 해가 지나고나서 목표를 달성했는지, 부족한 점은 무엇이였는지 회고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서론이 너무 길었지만, 지나간 2024년을 회고해보고 블로그에도 남겨본다.
2024년 회고
2024년의 목표들의 키워드는 '도전'이였다. 20년을 넘게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몸이였는데, 이렇게 살면 컴포트존에 있게 되고 변화도 발전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뒤로는 새로운 일 벌리는 것과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누군가 그랬는데 인생을 바꾸고 싶으면 가장 싫어하는 일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안해본 일들을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도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했다.
모르는 사람과 커피챗을 했다.
MBTI에서 I 성향을 가진 나로서는 상상 할 수 없는 일이였지만, '글또' 활동을 통해 처음 보는 사람들과 커피챗을 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일은 상당히 건설적이였다. 또한 이직 제안 주신 여러 회사 관계자들과 커피챗을 진행 했다. 좋은 제안을 주신 분들도 있었지만, 덕분에 내가 커리어 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에 대해 정립할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커피챗을 하면 좋은 점은 평소에 지인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는 달리,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깨닫게 해주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한달까. 그래서 여기서 들은 이야기를 다시 지인들과 이야기하며 또 새로운 토픽들을 꺼낸다. 역시 안해본 일들을 시작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더 성장하게끔 도와주는 것 같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해보기.
회사에서 새로운 분야의 일을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다. 그래서 당장 했다. 2024년에 내가 썼던 글 중, AI 엔지니어로서 경쟁력 있게 살아남으려면 컴퓨터비전 전공자는 NLP 엔지니어가 되어보는 등 새로운 분야에서 도전해서 역량을 쌓는게 중요하다는 내용을 썼었다. 그래서 원래 비전 쪽 일만 해오다가 처음으로 음성 합성, 자연어 처리 분야의 일을 시도해봤다. 내가 여태 알고있었던 비전 지식을 그대로 TTS에 대입해서 생각해보고, 비교해보고, 적용해보니 다른 분야도 충분히 할 수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때 당시에는 새로운 분야를 시작한다는 것이 굉장히 큰 일 같고, 커리어 방향을 확 전환하는 것 같고, 대단한 일 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약 6개월 정도 지나고 보니 부끄럽게 느껴졌다. 왜냐면 AI 업계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당연히 그래야 된달까? 이제는 LLM도 건들였어야 했는데 라는 아쉬운 생각이 들 정도다. 이제 생성형 AI로 인해 우리 같은 개발자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굉장히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누구나 알레르기 없이 할 줄 알아야되는 것 같다. 그래서 회사에서 연말평가 시즌에 잘한 점 중 하나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서 성과를 낸 것 이라고 적었었는데, 누군가 보기에 '우와' 할 수 있겠지만, 속으로 사실 조금은 부끄러웠다.. 어쨌든 도전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2025년에 나는 새로운 분야의 task를 개발하는 것이 '큰 일'처럼 느꼈겠지!
이직을 했다 (?)
링크드인에 경력사항이 업데이트 되었다. NAVER Z에서 SNOW로 2024년 9월에 옮겼다. 사실 팀 전체가 이동한 것이기 때문에 이직이라기 보다는 회사가 바뀌었다고 표현하는게 맞겠다. 하지만 링크드인 상이나 이력서 상으로는 2년 5개월 만에 회사를 또 옮긴 것 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해명이 필요할 것 같았다.
회사를 옮기기 까지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또 성장했음을 느낀다. 지나보니 불안하면서도 짜릿했달까. 역시 변화와 성장은 적당한 불안함 속에서 꽃 피우는 것 같다. 작고 큰 회사를 다니면서 앞으로 위기를 겪는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 때마다 위기를 대처하는 방법, 자세를 낮추고 더 열심히 일하는 방법, 휘둘리지 않고 할일을 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나이 50 되서 겪는게 아니라, 미리 겪어서 다행이라고 느낀다.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WSET LEVEL 2 중급과정을 취득했다. 와인을 마시면서 와인 수업을 듣는다는 점이 좋았고, 오랜만에 강의실에 앉아 공부하니 새로웠다. 수강생들 중 70%는 호텔이나 와인 업계 종사자들이였고, 10% 정도는 대학생들, 나머지 20%는 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IT 업계 직장인들이였다. 아무튼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여러 와인에 대해 얘기하고, 와인을 마실 때 그 와인에 대해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분야를 배웠다. 2024년에 배웠던 것 중 가장 즐거웠던(?) 경험 중 하나였다.
그 외 성취한 것들과 아쉬운 점들
이외에도 블로그에 차마 적을 수 없는 목표들이 있는데, 초과 달성 한 부분도 있고, 초과 달성한 부분 때문에 시간을 쏟지 못한일도 있다. 일정이 딜레이 된 일도 있고, 더 빨리 이루게 된 일도 있었다. 가장 뿌듯한 일 중 하나는 YONO(You Only Need One) 족이 되는데 힘을 썼다. 원래 YOLO 족은 아니였지만, 더더욱 필요한 소비만 하는 YONO 족이 되었다. 덕분에 목표들을 빨리 달성할 수 있었고, 더불어 의도치 않게 집밥 스킬이 꽤나 늘었다.
또한 회사 근처로 이사를 했다. 직주 근접이 최고다. 하지만 이 때문에 아쉬운 부분 중 하나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 읽을 시간이 사라졌다. 매번 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회사 출퇴근 길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책을 읽곤 했는데 회사와 집이 가까워지니 책을 읽을 시간이 통으로 사라졌다. 그래서 2025년에는 책을 읽는 루틴을 새롭게 만들어볼 예정이다.
그리고 2024년에는 개인적인 일 때문에 마음의 여유와 시간이 없어서 강의를 듣는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어떤걸 배운다거나 등 배움의 시간이 전체적으로 부족했고, 이룰 수 있었던 목표도 예전과 달리 조금 줄어든 느낌이다.
그래서 2025년의 키워드는 '배우는 한 해'로 잡았다. 내년에도 메모장에 적어둔 2025년 목표들을 보면서, 뿌듯한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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